프롤로그
'정말기쁘다.. 근 1년만에 아버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할수있다니..!‘
아버지께선 일본 오사카에서 사업을 하신다. 그래서 함께 지내는날이 1년에 한두번 뿐이다.
뭘하시는지는 가르쳐주시지않는다. 어리광을 부려도보고 몰래 흔적을 파보기도 하지만도무지 알수없다... 애초부터 일본어를 알아야지....
어쨌든 아버지께서 한국으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에 난 학교를 마치자마자 장을 보러갔다오는길이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부대찌개와 불고기를 만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절로 흐뭇해진다.
난 혼자서산다. 혼자서 살다보니 요리,청소,정리정돈 같은거엔 거의 달인수준이다. 작년 교내 요리대회에서 당당하게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켜 금상을 탄적이있다하면 말 다한 셈이다.
어머니께서는 내 나이 7살 때 의문사로 돌아가셨다. 왜그랬을까... 난 어머니가 죽으신 이유를 알고싶었지만 아버지께서 내 호기심을 억제하셨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쭉살아오다보니 이젠 어머니가 죽은 이유가 어찌됐든 상관없는것같다. 단지 불편한 점이있다면...교내 학부모 참석회의 같은때에 다른애들은 모두 어머니가 오시지만 나만 아버지가 오시거나 어쩔때엔 사업 때문에 오시지도 못하신다. 그럴땐 정말 애들 눈이 창피하고 부끄럽기만하다... 뭐 다 지난날이지만...
집까지의 거리는 거의 100M 가량 남았다. 전방 사거리 좁은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쭉가다보면 나오는 파란지붕집에 다다르면 달려가 아버지의 품에 안길것이다.올해로 18살인 내가 아버지의 품에 달려가 안긴다는게 참 우스운 전개다. 하지만 애초부터 난 다른 또래아이들보다 성장도느렸고... 키도 작았고... 애들한테 귀엽다는 소리도 자주듣고... 한마디로 아직 어린애다. 아버지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안에서 1년동안 느껴보지못한가족애를 느낀다는게 얼마나 설레이는가..
아버지생각에 성큼성큼 걷다보니 어느새 눈앞에 파란지붕집이있다. 쿵쾅쿵쾅...
심장이뛴다. 설레이는건가... 그럴지도모른다. 기대어 의지할곳이란 아버지밖에없고그 아버지란 사람을 1년만에 만나니 설레이고 기대할수밖에없는거다....집열쇠로 조심스레 잠겨있는 문을 연다. 찰칵...!문손잡이를 돌리고 앞으로 뛰어가서 왼쪽에있는 거실로 돌아가면 아버지께서 TV를 보시며나를 반갑게 맞아주시겠지..?
난 얼른 신발을 벗고 미리 생각했던대로 거실쪽을 향해 달려간다. 거실에 다다랐을때 난 있는 힘껏 배에 힘을주고 외쳤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몇초가 흘렀을까... 정적만이 거실과 나를 휘감았다.
‘거실에 없는건가..? 그럼 어디계시지..?‘
“아버지~ 저왔어요~”
이리저리 아버지를 부르며 부엌도가보고 욕실도 가보고 서재도 가보지만 아버지는 보이지않는다.
분명 아버지는 오늘 오신다고 연락을 하셨다. 거짓말을 하셨을 리가 없다.
아버지께선 어릴때부터 나에게 거짓말은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악으로 물들게한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의지대로 거짓말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 거짓말의 실마리가 들추어지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거짓말이 마음을 지배한다고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리는 없다.남은 방은 단하나. 내방뿐이다.
난 조심스레 내방으로 향한다. 자세히보니 문틈사이로 노을빛이 비쳐온다.
누군가가 내방에 들어갔거나 나왔다는 소리다. 분명 아버지겠지.
난 내방 문을 힘차게 열고 미소를 지으며 외친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또 정적..인가... 라며 한숨쉬려는 찰나.. 내 발이 물에 젖는 비슷한 감촉이 느껴진다.
아침에 학교가기전에 머리말린수건을 바닥에 던져두고 갔나...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라고 생각하며 아래를 봤다.
“.........!!”
바닥엔 빨간 액체가 내발을 적시고있었다. 뭘까 이 빨간 액체는....
하얗던 내 발목양말은 어느새 시뻘겋게 염색되어있었다.
그 빨간 액체가 흘러나왔을법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침대밑이다. 침대밑에서 이 소름끼치는 빨간 액체가 내발까지 흐른 흔적이보인다.
어째서 침대밑에서 이런 액체가 나오는걸까..
라고 생각하며 침대밑으로 몸을 숙여 침대 밑 캄캄한 어둠속을 주시한다.
“으아아아!!!!!!!”
뭐야..! 난 방금 뭘본거야...! 심장이 형용할수없을 정도로 빠르게 뛴다.
식은땀이 이마와 등을 흠뻑 적신다..
내가 방금 본건... 사람의 형체다... 아니... 분명 사람이다..
고개를 숙였을때 내가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시했던건
사람의 눈이다... 동공속에서 희미하게 빛이 반사되어 보였다면 분명 눈이겠지...
난 정신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정신을 차리려할수록
내심장은 나와 반대로 좀더 힘차게 뛰었다. 미치도록 뛰었다. 너무 뛰어서 이젠 심장이 아파온다..
흥분됬을땐 심호흡을 해라고 선생님께서 조언해주셨다. 주로 시험칠때 나오는 말이였지만...
난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으려 심호흡을 했다. 계속했다. 심장이 흥분을 가라앉힐때까지...
옷장에 기대어 심호흡한지 30초쯤 지났을까.. 조금 안정이되는거같다.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난 다시 침대 쪽으로가서 침대밑에있는 시체를 꺼내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눈을 질끈감고 그 시체를 있는 힘껏 꺼냈다. 언제까지 당겼을까.. 그시체가 내방 정중앙에 다다랐다.. 난 조심스레 눈을떴다.
내앞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있던 시체는 누구일까.. 라며 그시체의 얼굴을 주시했다.
“... 아,아버지...?”
내앞에 힘없이 누워있던 시체는 다름아닌,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아버지다.
쿵쾅쿵쾅! 다시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시작한다. 머리는 장식품인 마냥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다. 심장쪽이 아프다.. 너무 아프다... 난 심장쪽을 움켜지며 심호흡을 하려 애를 썼다.
아버지가 어째서 내 침대밑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있을까..?
이해가안된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도대체 내가 오기전에 무슨일이있었던걸까...아버지는 분명 나와함께 부대찌개와 불고기를 먹으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가족애를 느끼기로 할 예정이었다.그런 아버지가 어째서 이런 피범벅이가된 시체로 있냔 말이다...
머리가 너무어지럽다... 정신을 차려야되는데... 어서 아버지를 깨우고 방청소를 해야되는데...
난 왜 여기서 쓰러지려하는건데... 몇날동안 기다려온 아버지인데.... 눈물이 난다... 내13번째 생일때 와주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느끼던 눈물과는 다른... 생에 단 한번도 느껴보지못할 그런 눈물이 흐른다...
털썩!
난 바닥에 쓰러진체 의식을 잃어갔다... ‘이런게 기절이라는거구나... 깨어나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와있겠지...? 아버지도, 내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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