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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레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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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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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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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입학이 안된다니요? 입학비 단 10골드만 있으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며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마음같아선 당장 눈 앞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능구렁이 같은 늙은이를 쥐어 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인지라 날씨가 상당히 더웠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복장은 최대한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다녔다.
이 눈앞에 앉아있는 늙은이 역시 사람이기에 당연히 반팔티를 입었다. 근데 문제는 이 늙은이의 팔뚝이다.
"안된다면 안되나는거네 아시레 군."
그렇게 말하며 호두를 엄지와 검지손가락만으로 가볍게 부수며 입안에 털어넣었다.
'늙어보이지만 세구나.....'
쫄았다. 하지만 여기서 꿀릴수 없는 법. 아시레는 쫄았다는 티를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아 진짜. 사정이 있어서 접수를 늦게 한 거란 말입니다. 12시 까지라며요? 겨우 5분 밖에 안늦었습니다. 게다가 집도 여기서
14일동안 강행군을 해야 겨우 도착 할 정도로 멉니다. 아 진짜 그 망할 계집년만 아니였으면."
정말이지 화가 너무 났다. 아시레는 어떻게 해야 이 능구렁이같은 늙은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발을 동동구르며 생각했다.
'아 진짜 그 망할 계집년때문에.'
4시간전 -
"후아. 여기가 바로 룬델 제국의 수도 마르바츠인가? 대단하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까지의 나는 '똑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나? 촌티내지말자 아시레.' 수없이 생각하며
도착했지만 역시 제국은 제국. 제국의 수도답게 도시의 위용은 장난 아니였다.
"킥킥 저 꼬맹이좀 봐라. 시골 촌놈 같은데? 입 찢어지겠다.키키킥"
어느새 정신차리고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나를 쳐다보고 웃으며 지나갔다.
'이런 제길.. 너무 촌티냈군.'
난 얼굴이 새빨게지는 걸 느끼며 황급히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촌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서도 저기나 여기나 너무나도 볼 거리가 많았다.
'편지까지 남기고 집을 나왔는데 설마 아버지가 이곳까지 찾아오겠어? 그 일벌레가?'
마음 속으로 안심을 하고 여유롭게 도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구경을 하다가 어느새 광장에 도착하였는데, 이상하게도 광장의 중심에 유독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무슨 볼거리가 있나? 가봐야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까이 갈 수가 없어서 근처 벤치에 올라가 어떻게든 볼려고 애를 썼다.
'아 제길.. 루저는 구경조차 하지 말라는건가? 그놈의 키 때문에 보고 싶은 것 조차 보지도 못하다니...'
난 한 가지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키' 이다. 또래 애들은 벌써 170을 바라보고 있는데 난 겨우 160 될까 말까 한다.
'그냥 안볼랜다.'
그렇게 자리를 뜰려고 할 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어이 루저. 저게 안보이나봐?"
난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는지 조차 몰랐지만 딱 한 가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루저라고? 나한테 하는 말인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루저'를 가르키는 건 자기 자신이 더 잘 알았다.
난 몸을 돌려 누군가 하고 보았다.
그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걸 느끼며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바...발리?"
눈앞의 상대는 몸이 온통 근육질 투성이였다. 거기다가 짧은 금발. 난 순간 소름끼치며 뒤로 슬슴슬금 물러났다.
"발리라니? 사람을 잘못보았군. 난 발리가 아니라 앙 리빌이라네."
'휴... 다행이다. 발리가 아니라서. 근데 남자 이름이 무슨 저따구야..'
난 초면부터 반말을 찍찍 가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아버지께 배웠기에 존댓말로 할려고 했으나
'아 나보고 루저라고 했지?'
"이름 참 더럽네요."
그러자 앙 리빌은 가증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루저."
"아 진짜 루저 아니라니깐. 저 이제 13살이거든요?"
보통 남자애들은 14살때부터 키가 쭉쭉 자라기에 차마 14살이라고 말할 순 없었고 그냥 1살 깎아 내려서 말했다.
그러자 앙 리빌은 '에?' 하는 표정으로 나를 천천히 훝어보았다.
'아 진짜 발리하고 저렇게 닮은 사람이 있다니... 아 이러다가 한마리의 매의 먹이가 되는 건 아닐까..'
난 왠지 모를 공포를 느끼며 최대한 앙 리빌의 시선을 피하였다.
"그랬군. 초면에 실수했군. 미안하다 소년. 이름이 뭐지?"
"아시레요."
"좋은 이름이다. 사과의 뜻으로 너가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지."
"네?"
갑자기 앙 리빌은 나를 안더니 자기 어깨에 태웠다.
"자 이제 보이나?"
남자 어깨에 앉은건 아빠 이후로 처음이지만 웬지 상대가 발리를 닮았다는 것 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찝찝했다.
"후...네."
난 눈이 휘둥그레 해지며 그제서야 사람들이 모인 이유를 알겠다. 세상에 아가리로 불을 쏘다니. 전설의 드래곤도 아니고 어떻게
아가리로 불을 쏘지? 아가리 뿐만 아니라도 손에서도 불을 내뿜으며 화려한 묘기를 보여줬다.
"잉여 능력자야."
"네?"
"잉여라고 잉여. 반쪽짜리 능력자."
앙 리빌은 나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으며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턱 짓으로 자기 옆을 까딱거리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난 새삼 벤치가 크다는 걸 감사히 여기며 최대한 떨어지면서도 티가 안나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벤치에 앉았다.
"능력자라뇨? 그건 뭐에요?저건 마법사가 아닌가요? 아버지가 읽어 준 책 중에서 그 마법사라는 거랑 상당히 비슷한데 아닌가?"
그러자 갑자기 앙 리빌은 웃음보가 터진 듯 '으하학' 웃다가 마지막엔 '이힉..이힉..' 하면서 겨우 웃음을 그쳣다.
난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뭐에요."
"아.. 미안 미안. 아직도 마법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서. 마법사는 고대에만 존재했던 자들이야. 방금 니가 본 거는 일반적으로 능력자라고 하지.
마법사 하고는 거리가 멀어."
난 앙 리빌의 말을 들으며 한가지를 기억해두며 옛날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들아. 세상엔 참 신비한 것 들이 많어. 그 중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절대로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자들을 보면 그들은 마법사야. 알았지?'
"마법사라니 개뿔. 괜히 창피만 당했잖아. 나중에 두고보쇼 아버지."
난 중얼거리며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앙 리빌이 하는 말을 들었다.
"뭐라는거야? 여튼 저들은 능력자지만서도 반쪽짜리 잉여들이야. 잉여 잉여."
"아까부터 자꾸 잉여 잉여 거리는데 잉여가 뭐에요?"
앙 리빌은 '아 이걸 뭐라고 해야 되지...' 생각하다가 그냥 대충 둘러댔다.
"아 그냥 너같은 루저들이랑 비슷해."
"아씨 루저 아니라니깐."
"여튼 저들은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야."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라뇨?"
앙 리빌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넌 대체 아는게 뭐냐? 어디서 왔어?"
"쥬노 지방이요."
앙 리빌은 그제서야 이해 간다는 듯 '아 촌뜨기 루저였구나. 몰라봐서 미안. 그럼 내가 차근차근 처음부터 설명해주지.'
그렇게 한 참동안 설명을 들었다. 난 아버지가 읽어주는 동화 이후로 누군가의 말에 이렇게 집중한 건 처음이였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랬다.
이 세상엔 '능력자'라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자기 자신 외에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자 들이라고 하며,
각 제국의 수도마다 아카데미가 있는데 그곳에서 인증검사를 받고 교육을 받으면 능력자로 거듭난다고 한다. 방금처럼 잉여 능력자들은
인맥이 있거나 돈이 많거나 등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학교에 입학하다가 나중엔 결국 들통이나 학교에서 쫓겨나고 방금 보아온 것 처럼
반쪽짜리 능력으로 묘기를 부리며 돈을 벌고 그런다. 능력자들의 능력은 자기만의 고유 능력이고 같은 능력은 절대 나오질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학생은 매년마다 평균 1000여명 정도 입학을 하고 그 중에서 100~200명은 퇴학. 700~800명은 능력을 얻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실질적인 능력자는 100명이 될까 말까 한다고 한다.
난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근데 선택받은 자라면 몇백년에 한 명꼴로 나와야 되는거 아니에요? 무슨 이름이 그렇게 거창해요?"
앙 리빌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 몰라 신이 걸렌가 보지.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신창 신창 이러는데 그런 놈들은 다 신전에서 잡아가 아이언 메이든에 가둬버린다고 하더라고.
너도 입 조심해."
어이가 없었다. 그놈의 신은 할 짓이 그렇게 없나. 뭐 꼭 신이 선택했다는 보장은 없기에 난 대충 넘겨버렷다.
"그럼 그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방법은 뭐에요?"
앙 리빌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도 아무나 가는거 아니야. 일단 접수자체도 자격이 있다고. 접수 하기전에 아카데미의 각 접수처에 소울 스톤이라고 있는데 그걸로 판정이 된다.
총 3가지의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입학이 되는 거지. 근데 돈도 있어야 해."
"얼마요?"
"10골드."
"있어요."
"훔쳤냐?"
"아니요."
"주웠냐?"
난 여기서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뭐 여태까지 대화 한 걸로 보아 그냥 주웠다고 해도 별 탈 없겠지 하고 대답했다.
"네."
"나 돈 잃어버렸는데 딱 10골드. 그건 아마 내것일거야."
"웃기시네."
난 황당했지만 대충 흘러 넘기고 이제 제일 중요한 질문을 하였다.
"여튼 아카데미엔 어디에 있나요? 당장 입학할래요."
"그러고보니 이번 달에 신입생 모집하지. 오늘이 며칠이더냐?"
"6월 2일이요."
"지금 몇시지?"
"몰라요. 대충 느낌상으론 11시?"
앙 리빌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니 달리기 빠르냐?"
"뭐..좀?"
"내가 알기론 접수는 12시까지더라. 1시간 남았네? 저기 여관 옆쪽으로 넓게 빠진 길 보이지? 그쪽으로 전력질주 해야 겨우 접수 할려나?"
큰일이다. 난 급하게 바로 앙 리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전력 질주 하기 시작했다.
"조심하라고 루저~"
난 대충 무시해버리고 급하게 뛰어갔다.
한 20분 뛰었나? 얼마나 빠르게 뛰었는지는 몰라도 슬슬 아카데미가 보이기에 '나 좀 빠른데?' 자뻑에 빠지며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두 -!
"야 거기 꼬맹이자식아 당장 비켜!"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를 반기는 건 한마리의 돼지였다.
눈을 감았다 뜬 사이엔 난 허공을 날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순간 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 간 기분이 들었다.
나의 시선은 하늘에서 돼지로. 돼지에서 돼지를 모는 사람.
그땐 몰랐다. 그 돼지를 몰던 그 소년. 아니, 소녀가 내 최대의 앙숙일줄은.
-2-
푸르릉 푸르릉
'아니 뭔 돼지가 푸르릉하고 울어. 꿀꿀도 아니고 푸르릉 이라니 지가 소인줄 아나? 그나저나 무지 아프군.으으..'
정말이지 이렇게 큰 돼지는 처음보는데다가 동시에 부딪치다니 정말 오늘은 마가 낀 날인가 싶었다.
난 차마 여자앞에서 '어이쿠 제길 너무 아프구나. 어이쿠 깽값좀 받아야 겠는걸? 거기 소녀 보험은 들었겠지?' 라고 말할 순 없었고
일단 얼굴을 보고 판단하기로 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일어섰다.
돼지에서 내린 소녀는 나에게 다가오며 뭔가를 던졌다.
땡그랑-
내 발 앞에 떨어진 것은 아주 익숙하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한 동그라미의 물건이였다. 게다가 반짝반짝 거리는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그 기쁨도 잠시, 현재 사태를 파악하고 곧 이어 한 순간이나마 좋아했던 나를 자책하며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1골드라니?
설마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건가?
난 순간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고 바로 고개를 들어 눈 앞의 소녀를 바라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자에게 욕을 하려고 했지만 주둥이만큼은
내 의사와 달리 아주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녀여 나는 괜찮소."
소녀는 이뻤다.
소녀는 옷만 보라색일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온통 보라색이였다. '구름 한 점도 없는 밤 하늘이 바로 이런 색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맑으면서도 진한 보라색이였다.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어 소녀의 답장은 아주 낭랑한 목소리였다.
"꼬맹이가 깝치기는. 일단 미안하고, 거기 1골드면 충분히 타박상정돈 치료하고도 남으니까 잔돈은 사탕이나 사먹어라. 알았지? 그럼 안녕."
말을 마치는 대로 바로 몸을 휙 돌아서며 다시 돼지한테로 돌아갔다.
'아 이 주둥이가 미쳤나. 이게 아닌데. 아 저 망할 년이 내가 이대로 보내줄줄 알고?'
"야 돼지주인. 사람 다치게 해놓고 대충 사과하고 돈 주면 다야? 다냐고?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나참 어이가 없어서."
난 최대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다시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하였다.
"이래서 꼬맹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안된다니깐... 에휴 내가 참아야지. 자 여기 1골드 더 줄께. 됬지? 누나 바쁘니까 적당히 해라잉?"
그리고 다시 1골드가 내 발 앞치에 땡그랑- 하고 떨어졌다.
"정말이지 타고다니는 돼지 얼굴만큼이나 성격도 참 돼지같군."
이건 정말이지 참을수가 없었다.
'아버지. 여자는 절대로 울리면 안되고 때리면 안된다고 했는데.. 소자 오늘만큼은 불효자가 될렵니다. 이런 못되쳐먹은 여자를 버릇고쳐주고 내가 나쁜놈이 되겠습니다.'
난 최대한 어떻게 말해야 이 소녀가 상처를 받고 징징짤까 여러가지 궁리를 했다.
"뭐? 돼지? 내 밍키이가 어때서 그런 말을 하는거지?"
'뭐? 밍키? 아. 웃음이 나올려고 한다. 아 안되는데. 미치겠다 이건 참을수가 없다.'
"우헤헤헤헤헤헤 밍키래 밍키 우헤헤헤헤"
결국 웃음보가 터져버렸다.
곧 이어 난 그만 이 웃음보를 자제를 못하고 너무 웃은 나머지 배가 아파서 히끅히끅 거릴 지경이 되었다.
소녀는 내가 웃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는지 계속 나를 쳐다보기만 하자 난 괜히 뻘쭘해져서 웃음이 그쳐버렸다.
"다 웃었지? 이제 좀 맞자? 이 꼬맹이가 봐주니까 기어오르네. 너 몇살이냐?"
"14살."
소녀는 엄청 놀라운 것을 본 듯이 눈이 커졌다.
"정말? 아니 14살인데 키가..키가.."
이젠 나도 제대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닥치시지?"
"숙녀보고 닥치라니? 주둥이가 주인을 제대로 닮았네 생긴 대로 논다고 하더니."
"숙녀는 얼어죽을. 절벽가슴 숙녀도 있냐?"
그 순간 난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착각이라고 여기며 계속 주둥이를 나불거렸다.
"너 딱 봐도 나랑 동갑같은데 무슨 숙녀냐? 숙녀는 개뿔 나보고 꼬맹이라고? 그래 신은 나에게 키를 가져갔지만 너는 가슴을 가져간 모양이구나? 거참 안됬다.
키는 신발만 잘 골라신으면 커버가 가능한데 넌 어쩌니? 드레스도 못입겠다. 아 드레스 입을 일이 있을려나? 우헤헤헤헤"
'흥. 감히 이 아시레님의 성격을 건들다니. 넌 오늘 상대 잘못골랐다.'
소녀는 갑자기 돼지한테로 가더니 돼지 옆구리에 부착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장갑이였는데 이상하게도 손끝마다 긴 쇠막대기가 달려있었다. 너클은 아닌 듯 싶었다.
"뭐냐 그건?"
소녀는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여자가 저렇게 무서워.'
난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 오히려 잘못건든건 소녀가 아니라 나인듯 싶었다.
"이것은 '지' 라고 하는데 옛날에 동방의 음유시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 같이 이 장갑을 끼며 이 노래를 불렀지.
가사 중에서 이런 부분이 있었어. ;너무 짜릿 짜릿 몸이 떨려 지지지지지~' 이 가사에서 내가 영감을 얻고 특별히 주문제작한
장갑이야."
소녀는 장갑을 위로 번쩍 들더니 뭔가 생각난 듯 또 다시 말하였다.
"아 참.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 난 에체베리아야. 넌 이름이 뭐니?"
웬 느닷없이 통성명이라니? 난 일단 이름을 말하였다.
"아시레."
그러자 소녀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가워 아시레. 참고로 나에게 절.벽.가.슴. 이라고 한 사내자식들은 모두 고자가 되었지. 그들은 하나 같이 나에게 고자가 된 후
그 자리에서 울면서 '내가 고자라니! 고자라니!' 지껄이더라? 뭐 너도 그렇게 만들어줄께."
우르르릉-
그 동시에 갑자기 바로 코앞에서 한줄기의 낙뢰가 떨어졌다.
'아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설마 저 얘가?'
"기분이 구려서 그런지 잘 안맞네? 방금 건 맛보기라고 해주지."
난 순간 본능적으로 뒤로 점프해 물러났다.
파지직-
예상은 적중했다. 방금 서 있던 자리엔 역시 아까처럼 낙뢰가 떨어졌다.
난 떨리는 눈동자로 소녀..아니, 에체베리아를 보았다.
"설마..능력자?"
"딩동댕. 정답이에요. 정답을 맞췄으니 상품을 드려야겠지요? 상품은 바로 짜릿짜릿한 정전기 랍니다."
'정전기가 사람을 죽이면 그건 정전기가 아니라 그냥 전기지.'
난 어떻게 해야 이 사태를 모면할까 싶어서 일단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거기 앙 리빌맞죠? 앙 리빌! 나 좀 도와줘요!"
"뭐 앙 리빌? 그 흑룡의 앙 리빌?!"
에체베리아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재빠르게 뒤를 보았다.
난 이때다 싶어 바로 전력질주로 도망갔다.
'이런 상대를 잘못 골랐어. 괜히 깝쳤다. 최소 학교 근처까지만 도망가면 어떻게든 이 사태를 모면할터. 제길 능력자라니 말도안돼.'
정말이지 괜히 주둥이를 나불거려서 쪽팔리게 도망이라니. 난 나약한 내가 싫어졌다.
"없잖아? 저 개자식이 감히 거짓말을 쳐? 어? 도망가네? 죽었어."
에체베리아는 바로 돼지에 탑승한 후 아시레를 따라갔다.
"거기 멈춰!"
"너라면 멈추겠냐?"
"좋아 아직 어리니까 알 한쪽은 남겨줄께!"
"......"
아니 여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있지? 안그래도 숨이 점점 차오르기에 난 그냥 대답도 안하고 무작정 뛰기만 했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뛰어가는 내내 한 걸음 뛰어갔다 싶으면 바로 그 자리에 낙뢰가 떨어져 있었기에 긴장이 극도로 달하였다.
그렇게 한 참을 뛰고 겨우 학교에 도착하였다.
"거기 서!"
"시끄럽다 마녀!"
"뭐? 마녀? 알 한짝은 남겨주려 했더니 이젠 자비는 없다!"
'아 저 망할년이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저 지랄이라니. 너무 막나가는거 아니야?'
난 일단 학교에 도착 한 만큼 재빨리 접수를 하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 신입생 접수처의 위치를 알아낸 후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근데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기에 일단 건물 사이 사이로 헤집어 다니다 중간에 에체베리아가 따라오는지 확인하였다.
"휴....없군. 정말이지 죽을뻔했군."
난 이제야 안심을 하고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렇게 한 숨 돌리자 자리에 일어나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접수처로 걸어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신입생인가봐요? 접수까지 5분남았어요. 빨리 가시는게 좋을껄요?"
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생판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는 분이 있다니. 난 감동을 머금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뒤를 보았다.
"안녕? 개자식아?"
"마..마드모아젤."
"개뿔."
이런 맙소사.
에체베리아였다. 에체베리아는 '후후' 웃으며 한손을 위로 뻗었다.
"잘가라. 아..아.. 뭐였더라?"
"아시레."
"친절하네. 그럼 굿 바.."
난 모든걸 체념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몸이 짜릿짜릿 해지는 걸 느낄 준비를 하는 데 그때 누군가가 제지하였다.
"거기까지 하시죠 에체베리아 학생."
'누구지...?'
눈을 뜨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진한 금발이 엄청 눈에 띄었고 눈은 마치 에메랄드를 박은 듯 상당히 깊어보이는 눈동자였다. 얼굴을 보아하니 대충 어림잡어 30대 정도로 보였다.
에체베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교..교장 선생님.."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근데 정신 안차리고 또 한명의 남자를 고자로 만들려고 하다니.... 그것도 학교 안에서 말이지... 간이 제대로 부었구나 에체베리아.학생."
"죄..죄송합니다."
아까의 기세는 어디갔는지 에체베리아는 기죽은 고양이 마냥 고개를 푹 숙였다.
'풉. 꼴 좋군. 근데 장갑은 언제 벗었데냐.. 참 빠르군.'
"나에게 죄송하다고 하면 다인가? 저 소년에게도 사과해야 하지 않겠니? 에체베리아 학생."
에체베리아는 말도안된다는 듯 따지 듯이 말하였다.
"그건 안되요! 저자식이 먼저 시비걸었단 말이에요."
그러자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리우던 여자는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에체베리아 학생?"
"네?"
"개기는건가요?"
"아..아니요."
"사과하세요."
"....네."
교장이 따가운 시선을 날리자 에체베리아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사과를 할려고 했다.
'흥. 내가 그냥 받을거 같으냐? 굴욕을 맛보게 해주지.'
"저기..저..미.."
"필요없어."
"......"
에체베리아는 꿀먹은 벙어리 마냥 할 말을 잃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난 짜릿한 기분이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렀던 여자에게 말하였다.
"거기 아름다운 교장선생님. 죄송하지만 접수처가 어디인가요?"
"어머. 아름답다니. 너무 겸손한거 아닌가요? 호호호 여튼 고마워요. 접수처는 저쪽이고 이제 곧 마감이니까 빨리 가세요."
"아 감사합니다."
난 교장선생님에게 정중하게 배꼽인사를 드리고 에체베리아에겐 슬며시 비웃음을 날리곤 곧 장 접수처로 뛰어갔다.
"에체베리아 학생은 저를 따라오시죠."
"....네."
그리고 내가 접수처에 도착했을땐 이미 12시가 지난 상태였다.
"자. 여기까지의 제 사정이에요! 어때요! 납득가죠? 진짜 제발 입학좀 시켜달라구요!"
난 능구렁이같은 교감에게 기억하기도 싶지 않던 일들을 떠올리며 설명하였지만...
"싫어."
그 순간 나는 아카데미고 능력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그냥 깽판 부리고 나갈 작정을 품고 바로 행동에 옮기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후에 나는 그 분이야 말로 천사가 강림했다고 말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그 분은 바로 아까 만난 교장선생님이였다.
"아시레 학생을 입학시키세요 교감선생님."
난 나도 모르게 교장선생님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하였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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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결
키든
프레데토
모르면쌉쳐
샤나
無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