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문에 이 곳으로 이사를 왔다. 작은 자취방을 구해 그 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생활비는 집에서 수시로 주었고 나는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낯설지 않은 이 곳, 부모님의 말로는 어릴 적 난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친구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이사 전에 크게 울었다고 한다. 그때가
딱 벚꽃 축제가 한창일 때였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고 한다.
"딱 한시간만, 딱 한시간만 더 있게 해줘!"
나의 기억 속에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아득한 기억이였다.
주말, 이사온지 얼마 안된터라 잠깐 지리라도 알아둘겸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 여자가 유리 너머로 케이크 조각을 굉장히 유심히 보고 있었다. 왜였을까?
난 그 여자에게 케이크 조각을 사주었다. 가게 안에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은근히
귀여웠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놀란 표정으로 우리
테이블을 보았다. 나를 본 것이 아니다. 내 앞의 여자애를 본 것이다. 왜 그들은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일까?
"고마워, 정말 먹고 싶었는데 헤헤"
"뭐, 조각이라면 얼마 안하니까 그럼 잘가라"
그 이후에도 자꾸 그녀와 자꾸 마주쳤다. 작은 인사치례에서부터 수다까지
나날이 변해갔다. 하지만 단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이다.
익숙해질 때도... 알아차릴 떄도 됬거늘, 난 아직도 시선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말하길, 내가 왠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였다. 내가 예전에
이 곳에 살았을 때 아는 사이였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친구 정도였다면... 아마
동갑일텐데...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일까?
또 다시 그녀를 만났다. 만나는 곳은 언제나 그 케이크 가게 앞이였다. 그 가게 앞의
벤치에 앉아서 나를 보더니 굉장히 반가워했다.
"또 만났네"
"어, 그런데 너 학교 어디야?"
"나? 학교 안다녀"
뭔가 굉장한걸 당연하게 말했다. 겉만 보면 아주 유능한 대학에 다니고
있을 것 같았는데... 안다닌다니... 그녀는 뒤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가 없어"
이제 그 가게 앞의 벤치에서 그녀를 만나는 것은 나의 일상의 한자리로서
자리 잡았다. 주로 하교 길에 만났다. 내가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학교 한번 가볼레?"
"응!"
왠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대답했다. 난 그녀와 같이 내가 다니는 대학교로 향했다.
축제기간인지라 많은 학생들이 준비에 한창이였다.
"우와 축제 준비하는거야?"
"뭐 그래봤자 별거 없지만"
신비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지금 예행연습 겸으로 잠깐 연 곳들도 있는데 한번 둘러볼까?"
"아니. 축제날 같이 오자"
"뭐, 그러던지"
축제 날이 되었다. 우린 약속시간, 약속장소 따위는 잡지 않았다. 난 자연스럽게
케이크 가게로 향했고 그녀는 그 곳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둘이 손을 잡고 나란히 축제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팜플렛,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어느 곳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나눠주는 팜플렛은 한장이였다. 일행이였기 때문이였을까?
같이 주스도 마시고, 연극도 감상하고, 비눗방울도 만들어 보았다.
사람들의 시선... 낯설었다. 이상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녀를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이였을까... 그리고 노래자랑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미리 가져온 일회용
카메라로 지나가는 학생에게 찍어달라고 했다.
학생은 어이없다는 듯이 찍어주고 갔다.
그렇게 케이크 가게 앞으로 갔다. 그녀는 나에게 한마디 했다.
"나 내일 가봐야 해, 그러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응? 어..."
갑작스러운 말이였다. 가봐야한다니? 어디로? 난 사진관으로 가서 사진을 내일 찾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사진관의 주인이 날 보고 웃음을 꾹 참았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여태까지 궁금했던 모든 것이 풀렸다. 한가지 모르겠다면 그녀의 정체...
허공에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나, 그리고 배경, 배경... 그 뿐이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사진에 존재하지 않았다.
난 케이크 집 앞으로 갔다. 그녀는 처음 봤을 때와 같이 케이크 조각을 보고 있었다.
처음과 같이 난 그녀를 데리고 케이크 집으로 들어가 케이크를 사주었다.
묻고 싶었다. 너는 누구냐고, 내가 묻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신은 사실 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 세계에 있는 것은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죽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년과 벚꽃 축제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 달리다가 뺑소니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재차 반복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렸다. 갑자기 떠올랐다. 이사가기
전의 기억이 말이다. 난 그 날이 마침 이사가는 날인줄 모르고 소녀와 약속을 잡았었다.
차는 출발해야 했기에 나는 소녀에게 못간다는 말도 못하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늦은줄 알고 뛰어오다가 뺑소니 당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 곳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서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축제에 같이 가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녀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여한이 남아 나에게만 보였던 것이였다. 허공에 떠도는 케이크, 학생의
표정도 이해가 간다. 케이크를 다 먹은 후 그녀는 내게 말했다.
떠나기 전에 한가지 소원이 있다고 했다. 난 다 들어주겠다고 했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날 잊어줘"
그리고 소녀는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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