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뜬 곳은 어느 쓰레기 장이었다. 상처는 없었지만 입고 있는 옷은 찢기고 때가 타서
누더기가 다 되어 있었다. 여기에 오기까지의 기억은 전혀 없다.
"여기가 어디지...?"
쓰레기만 가득한 그 곳에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다만 그들과 나에게는 차이가 있었다.
난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죽었다는 것. 시체 썩은 내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코를 막은 채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런데 몇마리의 까마귀가 와서는 시체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다면... 나도 저렇게 됬었을까? 서둘러서 이 곳을 벗어나야 해!'
한참을 달리고서야 눈치 챘다. 이 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섬이라는 것을 말이다. 주변은 썩은 내가
나는 바다 뿐이었다. 희뿌연 색을 내는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
까지도 오로지 바다만 보였다. 상당히 외진 곳으로 보여서 구조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이 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한참동안 궁리했다.
'쓰레기 장에서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아볼까? 아니야, 그 역한 냄새를 더 맡았다가는 그냥
죽을 것 같아'
그 순간, 희뿌연 바닷물 밑으로 흙이 보였다. 폭은 좁았지만 걷기엔 충분해 보였다. 시간이 갈 수록
그 길을 뚜렷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물이 빠지고 있었다.
'어서 가야 해, 언제 물이 차오를지 몰라!'
달리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저 멀리까지 길이 이어져 있었다. 물은 계속 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빠지자 희뿌연 바다 속에 있던 것이 보였다. 사람들의 시체와 해골더미, 그리고 쓰레기
였다. 물은 끝없이 빠져나갔다. 그럴 수록 보이는 바다 속의 광경은 참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물이 이렇게나 많이 빠지다니... 좀 이상한데?'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미 쓰레기 섬은 먼지 정도의 크기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이상한 파도소리, 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휩쓸리겠어...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어... 하아... 하아... 합'
파도는 나를 덮치고 섬까지도 덮쳐버렸다.. 아마 바닷 속의 쓰레기와 시체는 이런 파도가 덮치고
빠지면서 쓸려 내려온 것인 것 같았다.
'아아... 의식에 흐릿해져 간다'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작열하는 태양, 얕은 파도가 내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끼룩, 끼룩"
'쿡, 쿡'
갈매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크게, 갈매기가 나의 볼을 찔렀다.
"아, 아프잖아. 누구야!"
나의 소리에 놀란 갈매기가 날아갔다.
한가한 해변가, 고층 건물들이 보였다. 실감했다. 그 파도 속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건물들로 보아하니 도시로 보이는데, 이런 누더기 같은 차림으로는 역시 무리가 있었다.
"아니! 너 랑트 아니야? 뭐야, 그 꼬라지는...?"
앞치마를 두른 한 여자가 와서는 매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랑트? 그게 누구지? 이 넓은 해안가에는 나와 저 여자 뿐이야. 아마 나를 말하는 건가? 내 이름이
랑트인가?'
"넌... 누구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오랜 만에 봐도 난 알아보겠는데 넌 못 알아보나보네, 나야 미에"
'미에...? 아무 기억도 안나...'
"모르겠어. 내가 누군지, 네가 누군지..."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네, 일단 우리 집에서 얘기 하자"
자신을 미에라고 밝힌 여자를 따라서 한 주택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몸을 감추라고 빌려 준 앞치마를
두른채로 말이다.
일단 그녀는 나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냈다.
"저기 좀 씻어도 될까?"
"마음대로 해"
나 자신도 내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미에는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장군님, 저 미에입니다."
어느 연구소, 둥근 유리 안에는 연두빛 광채를 내는 액체가 있고 그 속에는 키메라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한 남자의 지휘 하에 연구를 하고 있었다.
"버스켄 장군이다. 무슨 일이지?"
"GMO-0이 그 섬을 탈출했습니다."
"..."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하니 다행히도 기억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어, 만약을 대비해 죽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화가 끝나고 미에는 탁자 밑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봐, 혹시 입을 옷 좀 문 앞에 두면 안될까?"
샤워를 마친 나는 입을 옷이 없어 미에에게 부탁을 했다.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미세하게 들리는 장전 소리, 상황을 직감했다. |
모르면쌉쳐
천화
방송
검은빛다이아
ID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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