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누군가가 말하죠.
‘세상은 참 따듯한 곳이다.’
과연 그럴까요? 그냥 아무 마을이나 한 군데 정하고 가보면 막상 겉으론 참 따듯해 보이죠.
근데 그게 아니에요. 겉이 아닌 속을 보면 참 안쓰러워요.
쌀이 없어서 부모가 자식에게 보리 서리나 남의 집 쌀을 훔쳐오라는 등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아요.
그리고 마을의 영주는 욕심이 많아서 주민들의 없는 돈을 최대한 뜯으며 주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죠.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해요. 더 많은 일들이 있지만 더 이상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뭐 어차피 처음부터 들어주던 사람도 없었지만 죽기 전에 한탄하고 싶은 심정으로 중얼거려봤죠.
전 죽지만 그래도 마냥 좋네요.
더 이상 가난에 붙들리지 않게 되다니 참 행복해요.
엄마 아빠 곧 만나게 되네요?
어? 눈이 내리네요? 아 벌써 11월이네요? 근데 11월에 눈이라니 올해는 좀 빠르네요.
그래도 죽기 전에 첫눈을 보다니 뭐 괜찮네요.
아 근데 이상하게 빗자루가 보이네요? 빗자루긴 빗자룬데 둥둥 떠 있네요.
그리고 무언가 다가오는데 신발이군요? 근데 신발이 점점 제 얼굴을 다가오더니.......
퍽-
제 얼굴을 때렸네요.
“이런 젠장.”
“젠장? 지금 다 죽어가는 놈을 살렸더니 젠장? 이 자식 봐라.”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목소릴 들어보니까 일단 여자같았고, 난 누군지 얼굴 좀 볼려고 했더니 성난 목소리와 함께 발 갈질이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 건방진 놈. 죽어라 죽어 그냥."
퍽 퍽 퍽-
“아 그만 아프다고. 그냥 조용히 죽게 내버려두지 왜 죽기 직전에 와서 갈구고 지랄이야.”
난 어차피 죽으니까 상대가 누구든 무섭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할 힘을 쥐어 짜내어 겨우 말한 것 이였다. 근데 누군진 몰라도 상대방은 참 신기하게 말 할 힘도 없는 나를 아주 힘차게 말을 하게 해주었다.
“아 그래? 내가 그럼 이제 진짜로 죽여줄게.”
푹 푹 -
“악. 크아악. 조..좋은 찌르기구나.”
‘아 그냥 입 다물고 있을 걸 그랬나? 빗자루로 찌를 줄이야. 근데 느낌이 묘하네. 맞은 구석이 좀 시원하달까?’
"좋은 찌르기? 이 변태 자식."
점점 더 거세게 찌르기 시작했다. 계속 찔리다 보니 아파서 당장 뭐라도 말해서 당장 이 타박질을 멈추기 위해 발악해서 한 마디 했다.
“악. 그만! 죄송합니다. 뭐든지 다 주겠습니다.”
‘아 또 말실수. 가진 것 도 없는데 뭐든지 다 주다니? 으 타박질은 멈춰서 다행이고 일단 뭘 요구 하는지 듣고 이 주둥이를 여는 걸 결정하자.’
그제 서야 그 여자는 빗자루로 날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
“호오....... 뭐든지?”
빗자루 타박이 그치자 겨우 고개를 들어 나를 때린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이쁘네?”
일단 살고 보자는 식으로 얼굴을 대충보곤 이쁘다고 칭찬했다. 여자는 칭찬에 약하지 않는가?
여자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기껏 해야 10대 중 후반?
나랑 동갑정도로 보였다. 포니테일로 묶은 밤색 머리는 등까지 내려왔으며, 눈동자 색도 머리 색과 같이 밤색이었다. 키는 160cm? 전체적으로 그냥 딱 봐도 옆집 아저씨 딸내미로 밖에 안 보이는 평범한 외모였다. 그리고 성질은 미친개 같았다. 일단은 말이다.
“그럼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자신은 있어?”
난 최대한 맞지 않기 위해서 힘차게 대답했다.
“네. 제 목숨 따윈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여자는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필요없어.”
“헐?”
여자는 다시 빗자루를 들더니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니가 여태까지 맞은 이유를 모르구나? 기껏 살려줘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려고 했더니 아주 그냥 목숨을 내다 바칠려고 하네? 넌 덜 맞았어. 목숨이 소중해지는 생각이 들 때까지 패주지.”
난 그날 밤 영문도 모르고 한 소녀에게 무진장 쳐 맞았다.
대체 왜?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안거지만 이때 난 이 소녀가 나의 약혼녀라는 걸 상상도 못했다.
퍽 퍽 퍽-
“죽어버려!!”
“떫-”
그렇게 긴 밤이 지나갔다. |
천화
에스와이엔젤
시원한파스
らき☆す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