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가빠져온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숲속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점점 더 가까워져 오는 불규칙하게 나뭇잎을 밟는 소리와 내 심장이 숨 가쁘게 펌프질 하는 소리, 이 두 가지 소리만이 귀에 들리고 있다.
두려운 것인가. 세르베르크는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어버린 채 소리 내어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 고요한 숲에서는 피식거리는 웃음소리조차도 대포소리처럼 크게 들리는지 정체 모를 무엇인가는 똑바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사각 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져 오고 숨 쉬기가 힘들듯이 헉헉 거리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 숨소리를 들으면서 하나 깨달은 것은, 지금 달려오고 있는 것은 사람이다. 여타 다른 동물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사람만의 숨소리.
여타 다른 동물이 아닌 사람이었기에, 세르베르크는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고는 칼을 잡은 손에 더 힘을 가했다. 이러한 곳에 사람이 있을 이유가 없다. 인위적으로 만든 곳에 자신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상했고, 이 소리는 이곳을 인위적으로 바꾸기 전에도 저 사람이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세르베르크가 있었던 산은 그렇게 험준한 산은 아니었지만 결코 산을 오르는 것이 녹록치 않는 높이를 자랑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 하자면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이 산의 높이는 굉장했다. 그런데 어째서? 어떻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들을 세르베르크는 조용히 가라앉혔다. 그것은 저 사람을 붙잡아서 알아보면 되는 일이었다.
그 때, 헉- 거리는 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렸다. 화들짝 놀란 세르베르크는 순간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휘둘렀지만 잠시 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칼이 나무에 박히는 둔탁한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달려 온 사람은 세르베르크를 끌어안더니 그로서는 알아들을 수없는 소리를 울먹거리면서 반복해서 말했다.
“사, 살려주세요. 무서워… 여기가 어디에요? … 난 누구죠? 당신은? 내가… 왜, 왜 여기 있는 거죠? 이런 곳은 무서운데… 더 이상 있기도 싫은데… 싫은…데…”
자기를 끌어안고 이상한 말만 하다가 이내 기절해 버리는 사람을 보면서 세르베르크는 할 말을 잃었다. 울먹거리는 것과 지친 듯 갈라지는 목소리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일단 지금 여기서 기절해버린 사람이 여자라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도중에 들리던 ‘난 누구죠?’ 라는 말이 강하게 머릿속에 새겨졌다.
어쨌든, 위험한 사람은 아니었군.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서 세르베르크는 쓰게 웃으면서 나무에 틀어박힌 칼을 뽑아냈다. 아마 누군가가 곁에서 보고 있었다면 참으로 우스운 장면이었으리라. 세르베르크는 이상한 생각과 함께 땅을 더듬으면서 칼집을 찾은 후에 칼을 다시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런 쓴 웃음과 이상한 생각도 잠시 세르베르크는 이 여자를 처리해야할지 막연해졌다.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 이름은 물론 생김새도 알지 못하는 여자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여자가 깨어난다면 물어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누구인지, 왜 거기 있었는지,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한 건 무슨 뜻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이 휘두른 칼을 피할 수 있었는지-
한숨을 쉬면서 세르베르크는 칼집을 허리춤에 아무렇게나 걸치고는 여자를 들쳐 업었다.
뭉클
“아아, 실수”
…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도 있긴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걸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르베르크가 조금씩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등에 업힌 여자는 깨어날 기미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괜히 심통이 난 세르베르크는 등에 업혀있는 여자를 어떻게 살며시 괴롭혀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도중 방금 전과는 달리 풍경이 미묘하게 바뀐 것을 알아 차렸다.
보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나무들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똑같이 생긴 길쭉길쭉한 적갈색 막대기 밖에 없었지만 ‘볼 수 없는 것’과 ‘볼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매우 컸다. 세르베르크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가 바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빽빽한 나뭇잎들 사이로 보이는 환한 태양의 눈부심이 잠시 그의 눈을 괴롭힌 까닭이었다.
“낮… 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문득 생각난 듯이 왼쪽 손목에 매달려 있던 예의 그 물건을 다시 열어보았다. 여지없이 작은 흰색 구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13:30 이라는 모양을 만들어 냈다.
“이것만 기억하고 있었어도…”
‘시간’을 본다는 것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탓일까, 왼쪽 손목에 달린 물건이 거추장스럽게 여겨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티베레에게 이 신기한 물건을 받은 이후 벌써 5년이 지나갔지만 실제로 사용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음부터는 이따위 것을 줄 바에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말을 해야겠다며 세르베르크는 등에 업은 여자를 근처 나무에다가 살며시 내려놓으면서 눕혔다. 그러던 도중 세르베르크는 거추장스럽게 흘러내린 길지만, 색깔구분이 안 되는 머리카락 너머로 흐릿하게 여자의 얼굴에 가득한 생채기들과 군데군데 찢겨져 버린 옷을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왜 거기에 있었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분이로군.”
그러다가 문득 위화감을 느낀 세르베르크는 자신의 옷과 얼굴, 노출된 팔다리를 만져보고는 의아함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그 칠흑 속을 걸어오면서 나뭇가지에 긁힌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앞이 뻥 뚫려 있어서 그나마 낫군, 이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다.
“… 후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연이어서 자신을 괴롭히는 일들이 터지는 바람에 머리가 지끈해진 세르베르크는 크게 한숨을 내뱉고는 눕혀놓은 여자 머리맡근처에서 털썩 주저앉으면서 여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넌 누구지? 왜 거기 있었던 거지? 그리고 어떻게 그 어둠속에서 칼을 피한 거지?”
대답은 없다. 저 여자는 지금 기절해 있으니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말로써 자신이 지금 혼란스럽다는 것을 여실히 가르쳐준 세르베르크는 여자의 머리를 살짝 들어서는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다 주었다.
“깨어나면… 알 수 있겠지?”
25화인가 그정도까지 써놨는데 포맷과 함께 증발.
이제 축구하러.. |
잼난게임을찾아서
모르면쌉쳐
らき☆すた
기동전사건담
코토미
나마결
Feelin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