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하늘 꼭대기에 걸린 낮일지라도, 햇빛을 받지 못하는 곳은 어두운 곳으로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거진 숲속이든, 아니면 화려한 건축물에 가려진 도시의 음지이던지 말이다. 게다가 이런 곳은 한 나라가 정한 법에서 벗어난 사람인 범법자, 혹은 생활에 문제가 생겨서 뛰쳐나온 사람인 걸인으로 매워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예외인 지역이 있다면 사람이 도저히 살기 어려울 정도의 악조건-
일 년 내내 햇빛은커녕 반딧불이라도 돌아다니지 않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새카만 곳이거나 일 년 내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추위나 더위가 계속 되는 곳이라면 사람은 물론이요, 짐승들도 제대로 된 생활을 하는 것을 무리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곳을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가는 한 생물이 있었다. 사방이 칠흑과도 같은 암흑에 파묻혀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았지만 떨어진 나뭇잎을 밟는 발소리가 짧은 간격으로 울려 퍼지는 것을 보면 어떤 생물인지는 몰라도 한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 듯 했다.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잠시 멈추고, 무겁게 침묵하고 있던 생물의 입이 열린 듯, 나지막한 한숨소리가 들렸다.
“… 하아, 테베레. 도대체 산에다가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아마도, 아니, 분명히 세르베르크일 것으로 추정되는 그 생물은 아마 자신의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실컷 웃고 있을 테베레를 생각하자 심기가 불편한 듯 자신의 옆에 있던 나무를 거칠게 타격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충격으로 인해서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말 그대로 그냥 ‘미아’잖아, 제길.”
무겁게 중얼거리면서 세르베르크는 나무 밑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몸이 피곤할 만큼 걸었으니 많이 걸은 거겠지. 그런 세르베르크의 위로 나뭇잎이 편히 쉬라는 듯이 계속해서 조용히 소리를 냈다. 마치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잡고 흔드는 것처럼.
얼마나 걸었지?
한 시간?
두 시간?
하루 종일?
일주일?
아니야.
일주일은 아니야.
아니…
일주일인가?
모르겠어.
게다가…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있는거야?
나는… 누구지…?
입은 이미 집게로 집어놓은 듯 열리지 않는다. 다만 속으로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속으로 자신이 답한다. 시간도, 목적도, 자신도 잊어버렸다. 그저 걷는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걷지 않는다면 미칠 것만 같다. 모든 것을 삼킬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세르베르크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눈을 떠봤자 감고 있을 때와 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이 흔들리던 소리도 멎은 숲, 자신밖에 없을 숲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를. 세르베르크는 땅을 더듬거린 후에 땅에 떨어져 있던 검을 조용히 집어 들었다.
턱!
하지만 검집이 검 위에 교차해서 올려져있었는지 검을 살짝 들어 올리자 검집이 떨어지면서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젠장!’
세르베르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후 조용히 옆에 있던 나무에 등을 기댔다. 보이지 않으니 나머지 신체 감각 중 믿을 것은 청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 밖에 없다. 이런 첩첩산중에서 후각은 기대하기 어렵다. 촉각은 직접 살을 맞대야 한다. 그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줄은 모른다. 따라서 제일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청각인데, 그 청각을 이미 숲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줘 버렸다.
꿀꺽
평소라면 들리지도 않을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숨을 죽인다. 언제든지 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한다. 저벅 거리는 소리가 바로 옆까지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그때 휘두른다.
일정한 규칙으로 저벅 거리던 소리가 불규칙하게 바뀌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검집이 떨어진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 성급하게 뛰어 올리는 없으니까.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대책 없이 뛰어갔다.
살려줘.
누구라도 좋아.
산적이라도 좋아.
노예상이라도 좋아.
여기,
여기서만 빠져나가게 해줘.
… 무서워. |
잼난게임을찾아서
모르면쌉쳐
らき☆すた
기동전사건담
코토미
나마결
Feelinng
